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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 시절부터 허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허리가 아파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날들이 많았습니다. 20대 후반에 지금 근무 중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그 고통은 극에 달했고, 허리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는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았습니다. 가끔씩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긴 했지만 회사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에 운동과 병원 진료를 열심히 하며 정상인으로서의 생활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제 허리 통증이 극에 달했고, 전혀 허리를 굽히거나 펴지도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1. 태교 여행 때 흘러나온 허리디스크
저는 코로나가 막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할 때 우디를 임신했습니다. 남들처럼 하와이나 괌으로 태교 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다 막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남편의 일도 많이 바빴던 시기라 남편과의 태교 여행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남편과 태교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제 사정을 알게 된 친한 친구들이 저와 우디를 위해 힘들게 시간을 내주었고, 그렇게 2박 3일 동안 절친들과 제주도로 태교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주 공항에 착륙하고 비행기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허리가 펴지지 않았습니다. 1시간 남짓한 비행이었지만 이륙과 착륙 때의 충격이 허리에 무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저는 임신 28주로, 임신 전보다 체중이 벌써 10kg 정도 늘어있었습니다. 갑자기 무거워진 몸을 지탱하기에도 충분히 힘들었던 허리 척추에 자극까지 더해져 디스크가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게 된 것입니다. 제가 아프다고 2박 3일의 여행을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주었고, 리조트와 레스토랑이 줄줄이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들은 그런 저를 부축하여 렌터카에 태우고, 조수석에 눕혔습니다. 너무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었지만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무리해서 여행을 진행하였습니다. 참 어리석은 결정이었습니다.
2. 임산부는 엑스레이 한 장도 찍을 수 없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학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대학병원이 있고, 허리디스크 치료에 명의로 소문난 교수님이 계셔서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임산부이기 때문에 엑스레이 한 장 찍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교수님은 그동안의 허리 진료 기록과 당시의 제 통증 상태를 보고 진단해 주셨는데, 이미 디스크가 많이 흘러나와 당장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짐작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뱃속의 아기를 건강히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수술이나 시술은 출산 후로 미루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너무나 극심한 고통 속에서 남은 임신 기간을 보내야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3. 도수 치료로 숨통은 트였다
교수님은 도수 치료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수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도수 치료나 추나요법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효과가 좋았습니다. 이미 배가 많이 나온 상태라 엎드려서 치료받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서 도수치료를 받았습니다. 1주일에 2회, 50분씩 받았고 그렇게 10회의 도수 치료 끝에 간신히 바로 서서 걷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전에는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걸을 때에도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였습니다.
4. 제왕 절개 수술로 아기를 출산하다
허리 디스크로 인해서 자연분만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똑바로 누워 있는 것도 힘든 제 허리로 자연 분만의 고통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임신 38주 4일이 되던 날, 아기를 제왕 절개 수술로 출산했습니다.
5. 힘들었던 5개월의 모유수유
도수 치료로 호전되었던 허리 통증은 출산 후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다시 허리에 자극이 많이 가해져서였습니다. 저는 최소 6개월 동안은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통을 참아가며 육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통증이 찾아왔고, 도수 치료를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극심한 허리 통증과 육아 스트레스로 제 삶은 완전히 지옥이었고, 산후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가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6. 단유, 그리고 주사 시술
교수님께서는 제 나이가 젊기 때문에 수술은 권하지 않으셨고, 주사 시술을 권하셨습니다.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주사를 허리 신경에 투약하는 시술인데, 주사 성분이 모유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할 것을 권하셨습니다. 또 시술 후에 한동안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5개월간의 모유수유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7. 1년 반 동안 재발하지 않다.
시술을 받은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필라테스를 통해 꾸준히 허리를 관리하고 있고,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무리해서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오랫동안 안고 있는 날에는 허리가 뻐근하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극심한 통증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