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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는 태어난 지 9개월이 되었을 때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주변에 여러 가지 전염병을 조심하라고 충고했습니다.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아이 한 명이 독감이나 수족구와 같은 전염병에 감염되면 줄줄이 감염되어 결국엔 모든 아이들이 한 번씩 앓고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디는 처음에는 어떠한 감염병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감기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더욱 면역력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18개월 때, 그동안 걸리지 않았던 감염병 두 가지가 동시에 따라오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름도 무서운 코로나와 수족구입니다. 

 

1. 코로나에 먼저 걸린 엄마

저는 작년 7월에 코로나에 감염되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감염이 된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코로나 감염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행히 아기를 마주치지 않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화장실이 있는 안방에서 혼자 문을 걸어 잠그고 1주일간 생활했습니다. 아기를 돌보아주러 오신 시어머니께서 식사를 준비해 문 앞에 놔두시면 들고 들어가서 먹었습니다. 그 외에 1주일간 방문을 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아기를 포함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키지 않고 완쾌했습니다. 다만, 방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없는 사람인척 하며, 아기 목소리만 들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아기는 가끔씩 방문을 두드리며 저를 불렀지만, 없는 척해야 했습니다. 제가 방안에 있는 것을 알면 방에 들어오고 싶어 떼쓸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2. 어린이집에서 수족구에 감염되다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어린이집에도 감염된 아기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 등과 허벅지에 빨간색 두드러기 같은 것이 올라왔습니다. 평소에 피부가 약했던 아기라, 처음에는 땀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 그 발진은 목뒤와 종아리, 배까지 번졌습니다. 무엇보다 아기 체온이 갑자기 올라갔고, 39도의 고열이 났습니다. 우디는 태어나서 그렇게 높은 고열에 시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와 남편은 너무 놀랐습니다. 아기의 고열은 해열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복용이 허용되는 해열제의 최대치를 먹였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는 발진이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입술과 입 안에까지 물집이 생겼습니다. 아기는 밥을 먹는 것도 힘들어했고, 물도 마시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일이 있어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가 축 쳐지기까지 해서  급기야 혼자 아기를 보던 시어머니가 119에 전화하는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119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아기의 상태가 조금 호전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지만, 고열은 지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수족구가 1주일 이상 아이를 괴롭혔습니다. 아이는 밥을 못 먹어 살이 빠졌고, 온몸에는 발진이 가라앉으면서 피딱지를 남겼습니다. 손바닥과 발바닥은 물집으로 벗겨졌고, 손톱과 발톱도 겹겹이 벗겨졌습니다. 

 

3. 수족구가 완치되기도 전에 코로나에 걸리다

아기가 수족구에 걸리고 1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저는 다시 출장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집 밖에 머물면서 시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아기가 아직 조금 아프다고 하셨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멀리 일하러 간 저를 배려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 며칠 사이에, 저를 제외한 모든 가족구성원이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는데,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아이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아이는 곧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이를 돌보아 주시는 시어머니도 함께 확진되었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가벼운 감기 수준의 증상만이 나타났습니다. 직전에 수족구에 걸려 몸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지만, 코로나로 크게 앓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4. 수족구와 코로나가 남긴 흔적 : 흉터와 잔기침

그렇게 두 번의 큰 전염병을 앓고 나서 아이의 몸에는 치명적인 두 가지 흔적이 남았습니다. 첫 번째는 다리에 생겼던 물집들의 자국입니다. 우디는 다리와 발에 물집이 특히 심했었는데, 반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자국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종아리 뒤쪽으로 얼룩덜룩한 흉터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손가락과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면서 피부들이 벗겨졌는데, 엄지발가락의 안쪽 피부들이 아직도 계속해서 벗겨져있습니다. 아무리 보습을 해주어도 계속해서 같은 부분의 피부들이 하얗게 벗겨져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서 잔기침이 생겼습니다. 코로나에 걸리기 이전에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찬바람을 쐬면 기침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잔기침을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보았는데, 기관지가 많이 약해져 있다고 합니다. 아기 기관지에 좋다는 배도라지즙과 따뜻한 물을 계속해서 먹이고 있지만,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잔기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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