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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바로 어제 겪은 황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기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아기의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 때문에 당황하게 되거나, 사고를 겪기도 합니다. 제 경험담은 해프닝과 사고 그 중간 정도의 일이었지만, 하루가 지난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이었습니다.
1. 자동차키에 관심이 많아진 우디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우디도 자동차와 중장비 등 탈것에 대한 관심이 아주 큽니다. 책에 나오는 각종 중장비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그 역할과 기능까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각 탈것들이 내는 소리까지 제법 비슷하게 흉내 내기도 합니다. 그런 우디를 데리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커서, 언제나 본인이 자동차를 운전하겠다고 조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차키'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차가 주차되어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부터 차키를 달라고 매번 조릅니다. 처음에 남편과 저는 그런 우디가 귀여워서 스마트키 버튼을 몇 번 누르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강렬했는지 최근 몇 날 며칠을 스마트키를 누르겠다고 졸라댔습니다.
2. 하원길, 아기 손에 쥐어준 차키
어제는 날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워서 차를 타고 우디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습니다. 평소에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이렇게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는 날은 차를 이용합니다. 차를 타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우디의 차키 타령이 시작되었습니다. 차키를 달라고 떼를 쓰며 울어댔습니다. 평소에 우디가 떼를 쓰면 남편이 엄격하게 훈육하는 편이라, 제가 우디와 단둘이 있을 때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어제도 떼쓰며 우는 아이가 안쓰러워 손에 차키를 쥐어주고 스마트키 리모컨을 누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아기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기뻐하며 날뛰었고, 그렇게 주차장에서 한참 동안 리모컨으로 차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습니다.
3. 3초, 방심한 사이 잠겨버린 차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디를 뒷좌석 카시트에 태워야 합니다. 카시트에 우디를 고정시키고, 자동차키를 돌려달라고 하자 우디는 또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또 우는 아기 얼굴이 안쓰러워 보여 자동차키를 손에 들려주고 문을 닫으려 했습니다. 문을 닫기 직전,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시트 좌석의 문을 열어둔 채로 운전석으로 가서 운전석의 문을 열고, 다시 카시트 좌석으로 와서 문을 닫았습니다. 혹시 운전석과 카시트 좌석이 모두 닫혀있는 상태에서 아기가 스마트키의 잠금 버튼을 누른다면 문이 잠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렇게 시동을 걸고 집으로 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 안에서 우디가 좋아하는 노래도 같이 부르며 즐겁게 왔습니다. 그런데 왜 도착하고 나서는 아까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주차를 하고 운전석에서 내려 차 문을 닫았습니다. 그 순간 우디가 스마트키의 잠김 버튼을 눌렀습니다. 운전석에서 내려 카시트 좌석으로 이동하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하필이면 아이가 잠금 버튼을 누른 것입니다. 문은 밖에서 열리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하 주차장은 어두워서 차 안에 아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4. 112와 119에 신고하다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주차장은 매우 추웠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남편이었지만 2시간 거리의 회사에 있는 사람은 지금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곧장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흥분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자, '긴급출동' 서비스가 필요한데 이 긴급출동 서비스는 119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전화를 돌려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도 제가 왜 112에 신고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119 직원에게 제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자 바로 출동하겠다고 하셨습니다.
5. 아이 스스로 문을 열다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의 후레시 기능을 켜서 차 안을 비추었습니다. 그제야 우디 얼굴이 보였는데, 우디는 무표정으로 허공을 보며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밖에서 문을 열어줄 것이라 기대하며 저를 기다리듯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후레시로 제 얼굴을 비추며 아이 이름을 크게 부르며 차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이는 그제야 제 얼굴이 보이는지 활짝 웃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키를 하나씩 다 눌러보라고 부탁에 가까운 설명을 했습니다.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버튼을 하나씩 눌러보기 시작했고, 다행히 문 열림 버튼을 눌렀습니다. 문이 열리자 아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아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119에 다시 전화를 걸어 긴급출동을 취소했습니다. 추운 날 사건 사고도 많았을 텐데, 이런 황당한 해프닝으로 대원분들을 출동시키다니... 너무 죄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아이가 무사히 차에서 내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